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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칼럼] 돌고래 목청 높이는 이유? 사람들 소리 시끄러워서!

by 작가선생 2023.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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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안 들려!

 

사람들 북적이는 식당이나 술집, EDM 빠방한 클럽, 응원 열기 가득한 경기장에 가면 다들 목소리가 한 톤씩 올라가죠. 주변 소음 탓에, 싸우나 싶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면서 대화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요.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못하면 슬금슬금 짜증과 갑갑함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나솔 12기 광수&옥순 무한리필 고깃집 첫 데이트

 

 

사회적 지능이 높은 ‘돌고래’ 역시, 주변 소음이 발생하면 자기네들끼리 대화할 때 목청을 더 높인다고 합니다. 영국 가디언 기사입니다. (2023. 1. 12)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3/jan/12/dolphins-shout-compensate-human-made-background-noise

 

Dolphins ‘shout’ to compensate for human-made background noise

Research adds to concerns about the impact of human noise pollution on marine life

www.theguardian.com

 

기사 제목을 보면, 돌고래가 ‘샤우트’ 한다고 따옴표로 강조했습니다. 돌고래들 간의 대화를 방해할 정도로 바다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이들 누군가 보니... 앗! 사람이었습니다. (human-made background noise 인간이 만든 주변 소음)

 

가디언이 전하는 내용은, 영국 브리스톨대(University of Bristol) 연구진이 돌고래를 대상으로 직접 실험한 결과입니다. 해당 논문은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실려 있습니다.

 

The findings revealed that a noisy environment makes it harder for dolphins to communicate and cooperate on tasks, adding to concern about the impact of human noise pollution on marine life. (가디언 기사 중에서)

... 인간이 유발한 소음 공해가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 우려돼...

 

 

어떤 실험인가 보니!

 

실험은 이랬습니다. 먼저 돌고래 두 마리 ‘델타(Delta)’와 ‘리즈(Reese)’의 머리에 ‘소리’와 ‘운동’을 감지하는 장치를 부착했습니다. (clicks and whistles 딸깍 소리와 휘파람 소리)

 

 

가로 22.6m X 세로 15.2m 크기의 호수에서 이들이 수행할 임무는 각자 반대쪽 모서리로 가서 버튼을 누르는 건데요. 멀리 떨어진 채 의사소통을 하면서 ‘둘이 동시에’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돌고래가 이렇게나 똑똑하다고요? 오와! 또 한 번 놀랍니다.)

 

 

연구진은 호수 바닥에 수중 스피커를 설치했습니다. 단계별로 볼륨을 높이면서 돌고래 두 마리가 소통할 때 어떤 변화가 있는지 관찰했는데요.

 

소음이 커질수록, 휘파람 소리가 길어지고 목청도 커졌습니다. 소음이 1dB(데시벨) 높아질 때마다 휘파람 지속시간은 평균 1.65~1.85배 길어졌고, 목소리는 0.08~0.14dB 올라갔습니다.

 

몸짓도 달라졌습니다. 방해되는 소리가 커질수록 서로 마주보려고 무척 애를 썼습니다. 상대를 향해 몸을 틀거나 헤엄을 쳐서 가까이 다가가는 행동을 자주 보였습니다.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4258701

 

소음 공해를 넘어서려는 돌고래의 '외침' - BBC News 코리아

돌고래는 소음 공해가 증가하는 세상에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www.bbc.com

소음 공해를 넘어서려는 돌고래의 ‘외침’ (BBC코리아 2023. 1.13)

"이전 연구에 의하면, 이런 행동은 돌고래의 청력이 방향에 민감하기 때문일 수 있다. 서로 마주 보면 상대의 신호와 소음을 분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공간 방출’이라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음이 커질수록 미션 성공률은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

 

From the lowest to highest levels of noise, the dolphins’ success rate dropped from 85% to 62.5%, according to the research. (가디언 기사 중에서)

소음을 최저 레벨에서 최고 레벨로 올렸을 때, 미션 성공률은 85%에서 62.5%로 떨어져...

 

최저 레벨은 소음이 전혀 없는 상태였습니다. 최고 레벨은 150dB이었는데요. 해양 시추 작업을 하거나 대형 선박이 운항할 때 발생하는 소음 수준입니다. 초대형 유조선이 항해할 때는 200dB까지도 올라갑니다.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여기서 잠깐만요! 돌고래 녀석들의 ‘에코-로케이션(echo-location)’ 능력에 대해 조금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반향 정위’라고 합니다. 아래 2번 뜻으로 한 번 보시지요. ‘정위’는 위치를 정한다는 뜻이구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초음파를 쏜 뒤 뭔가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듣고서 거리와 위치를 파악한다는 건데요. 의미를 풀어놓고 보니 echo-location 이 단어도 직관적으로 쏙 들어옵니다.

 

그러니까 돌고래는 “여기 어디? 나는 어디? 친구는 어디? 먹잇감은 어디?” 질문이 생길 때마다 음파~음파~를 날려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이동 경로를 정합니다. 피처링으로 휘파람을 곁들여 동료와 소통하고 짝짓기도 하고 협동 사냥에 나서기도 합니다.

 

"나 여기 있고오~ 너 거기 있지이~"

 

특히, 소리는 물속에서 4배가량 빨리 전파됩니다. 해양 생물이 생존을 위해 장착한 특수능력이 바로 ‘청력’입니다. 어류와 무척추동물은 저주파를 들을 수 있고, 고래, 돌고래 등은 최대 200k㎐(킬로헤르츠)의 고주파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가청 주파수보다 10배 높은 영역입니다. (국내 기사에서 200Hz라고 다들 적고 있는데요. 번역 과정에서 오타가 생긴 듯합니다. k를 붙여야 맞습니다. ^^)

 

앞선 실험에서 연구진은, 돌고래가 ‘고함’을 쳐도 소음 공해를 극복하지 못했고 협동 미션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울음소리, 몸짓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소음 훼방꾼을 떨쳐내지 못한 겁니다.

 

"Despite their attempts to compensate, despite being highly motivated and the fact that they know this cooperative task so well, the noise still impaired their ability to successfully coordinate," said Sørensen. (가디언 기사 중에서)

"... (돌고래는) 동기 부여가 잘 돼 있었고 협력 과제를 제대로 알고 있었지만, 소음이 계속 성공적인 임무 수행 능력을 저해했다"

 

연구를 이끈 ‘페르닐 소렌센(Pernille Sørensen)’ 박사는, 인간이 해양활동을 하면서 유발하는 소음이 돌고래 군집의 생존, 즉 사냥, 번식,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험에 참여한 돌고래 두 마리, 델타와 리즈는 유사한 미션을 수차례 경험하면서 협업하는 과제에 잘 단련돼 있었다고 강조합니다. 실제 야생 환경이라면 실험에서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소음 공해에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돌고래는 방향 감각을 상실해 좌초되거나, 감압병으로 심각하게 고통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인간 때문에 고요할 날 없는 바다

 

대형 선박의 운항, 지진 탐사, 석유 시추, 풍력 발전 건설, 해안선 공사 등으로 바다는 계속 시끄럽습니다. 최근에는 폭탄을 터뜨려 광물을 채취하는 방식도 늘었습니다.

 

Another recent study found that when narwhals are exposed to seismic air guns, used for surveying in the oil and gas industry, they immediately begin diving to escape from the noise. These high-intensity dives use much more energy than normal and put the marine mammals’ health at risk, scientists said. (가디언 기사 중에서)

... 소음에 놀라 도망치려고 급격히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데, 이런 식의 고강도 잠수는 체력 소모도 훨씬 많고 건강에도 무리를 준다...

 

가슴 아픈 사건이 이미 몇 차례 있었습니다.

 

2020년 9월 호주에서였습니다. 파일럿 고래 450마리가 태즈메이니아 해안으로 대거 떠밀려와 대부분 안락사 시켰습니다. 당시 해저 소음공해가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돌고래의 해안 떼죽음을 이전에는 ‘병든 리더’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고래도 사람처럼 뇌 기능이 퇴화하는 ‘알츠하이머’가 발병하는데, 이렇게 노쇠해서 판단이 흐려진 리더를 따라다니다 떼로 좌초된다는 설명입니다.

 

 

푸틴이 고래 다 죽인다?

 

푸틴이 촉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또 다른 비극을 불렀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https://www.thetimes.co.uk/article/sonar-from-russian-ships-killing-black-sea-dolphins-dk5szxh05

 

Sonar from Russian ships killing Black Sea dolphins

Nearly 100 dolphins and porpoises that washed up along Ukraine’s Black Sea coast died as a result of sonar from Russian ships, according to the city prosecutor’

www.thetimes.co.uk

Sonar from Russian ships killing black sea dolphins

 

러시아 군함이 작전 중에 사용하는 수중 음파가 흑해 돌고래들을 대거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영국 더타임스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2022.10.25)

 

우크라이나 정부와 과학계는 전쟁이 일어난 이후, 흑해 연안(민간인 접근이 가능한 지역)에서 돌고래 95마리가 집단 폐사(떼죽음)한 것을 발견했는데요. 원인으로 러시아 흑해 함대가 사용하는 음파 탐지기를 지목했습니다.

 

근거는 2가지입니다. 첫째,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흑해 해안선 44㎞ 구간에서 돌고래가 죽은 채 발견되는 일이 매우 매우 드물었다는 겁니다. 둘째, 부검 결과 돌고래 사체에서는 그물에 걸렸거나 지느러미가 잘린 흔적 같은 쉽게 발견되는 외상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튀르키예 서부 흑해 연안에서 돌고래 사체 발견 (튀르키예 해양연구재단)

 

흑해와 맞닿아 있는 튀르키예, 불가리아에서도 전쟁 이후 돌고래를 비롯한 해양 포유류가 사체로 발견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합니다. 튀르키예 해양연구재단은 지난해 5월, 흑해 연안에서 돌고래 80여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돌고래 폐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늘었다고 덧붙였는데요. 돌고래 사체는 극히 일부만 해안으로 떠밀려오고 대부분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면서, 흑해에서 죽은 돌고래를 약 5만 마리로 추정했습니다.

 

돌고래의 청력을 방해하는 건, 인간에게 시력을 뺏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생존을 위한 활동에 제동이 걸리니 목숨이 위태로울 수밖에요. 인간들이 자꾸 자원 좀 나눠쓰자며 바다로 깊이깊이 밀고 들어가면서 ‘소란’이 커졌습니다. 바다가 분명 제 집인데 길을 잃고 쫓겨 다니는 돌고래들 신세가 몹시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작가선생 #월드뉴스why #사람들시끄러워 #돌고래목청높여 #바다소음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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