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외래어 표기법 퀴즈 하나 드립니다!
▶ 외래어 : 외국어에서 빌려다 우리말의 일부로 쓰는 말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일까요? ‘밸런’타인 데이일까요? 어느 쪽이 바른 표기일까요?
자주 틀리는 표기
다들 ‘발렌’타인 데이라고 말하지 않나요? 그래서 오히려 정답이 아닐 것 같아요. 자주 틀리는 표기를 바로 잡아주려고 이런 문제를 내신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정답은 ‘밸런’타인 데이겠네요.
네, 정답입니다. 역시 눈치가 백 단이십니다. ‘밸런’타인 데이라고 표기해야 옳습니다. 왜냐면요~
발음기호 확인하기
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원어의 발음기호를 세밀하게 봅니다. 우리도 봅시다. Valentine의 발음기호는 이렇습니다.
(Daum 영어사전)
외래어 표기법 2장에서 표1을 보면, [æ]는 ‘애’로 적으라고 합니다. [ə]는 ‘어’로 적으라고 했습니다. (영어기준입니다. 독일어라면 ‘에’로, 프랑스어라면 ‘으’로 적습니다.)
(국립국어원)
그래서 Valentine [vǽləntàin]은 발렌타인이 아니라 밸런타인이 됐습니다. 원음에 최대한 가깝도록 공식 표기를 정한 겁니다.
오늘 표기법 지식을 하나 얻었지만 당장 ‘밸런타인 데이’라고 말하려니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일상 대화에서 버터향은 좀 부담스럽죠. 빠다 스타일로 내뱉어야 맘도 편하고 속도 시원한데요.
다만, 말은 그리해도 글로 적을 때는 그리하면 안 되는 ‘규칙’이란 게 있으니까요. 외래어는 옳은 표기법을 꼭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공무원 시험이나, 이벤트 당첨 퀴즈 등에서 또 만날지도 모른답니다.
보너스 퀴즈!
보너스 퀴즈 하나 더 가볼까요? 이번엔 조금 더 어렵습니다. 게다가 악랄하게도 주관식입니다.
밸런타인 데이의 짝꿍 검색어, 폭풍 검색어로 chocolate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chocolate은 우리말로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요? 초콜렛, 초코렛, 초콜릿, 쪼꼬레트, 쪼꼬렛??
초콜렛은 납작하고, 초콜릿은 날렵하고, 쪼꼬렛은 꾸덕꾸덕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표기는 단 하나입니다.
발음기호를 보면
앞서 배운 대로 발음기호를 보겠습니다.
(Daum 영어사전)
[ʧɔ́ːkələt, ʧάkələt]
흠... 초커럿? 차커럿? 어라, 이거 좀 이상한데...ㅠㅠ
정답은 '초콜릿'
정답은 ‘초콜릿’입니다. 적용되는 규칙이 좀 많기 때문에 무조건 외워야 합니다. 국어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규칙을 알고 적용해서 맞히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일단 외우고 여유가 된다면 아래 설명도 한 번 쓰~윽 보시지요.
'쪼-콜릿' 아닌 '초-콜릿'인 이유
[외래어 표기법 3.1.4 (3장 1절 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
cho는 ‘쪼’보다 ‘초’라고 적는 것이 원음에 가깝다고 봅니다.
'초-코릿 / 초-콜잇' 아닌 '초-콜릿'인 이유 / 영문 알파벳 L이 ㄹㄹ가 된 이유
[외래어 표기법 3.1.6 (3장 1절 6항) 유음]
어중의 [L]이 모음 앞에 오거나, 모음이 따르지 않는 비음 [M]/[N] 앞에 올 때 ‘ㄹㄹ’로 적는다.
그러니까, 발음기호로는 L이 하나지만 받침 ㄹ로 한 번 적고, 다음 글자 초성으로 ㄹ을 또 쓰는 매직이 발생했습니다. (ㅋ ㅗ ㄹ ㄹ ) 비슷한 예로 슬라이드, 필름이 있네요.
'초콜-맅' 아닌 '초콜-릿'인 이유
[외래어 표기법 3.1.1 (3장 1절 1항)]
7 종성법에 기반. 현대 한국어에서는 받침 발음으로 /ㄱ, ㄴ, ㄹ, ㅁ, ㅂ, ㅅ, ㅇ/ 만을 씁니다.
‘T’에 해당하는 가장 가까운 발음으로 ‘ㅅ’ 받침이 채택됐습니다.
(개정 이전에는 8 종성법을 썼답니다. ㄷ도 있었는데 ㅅ으로 합쳐졌습니다. 당시라면 초콜릳이라고 써볼 수도 있었을 듯합니다.)
'초콜-럿' 아닌 '초콜-릿'인 이유
발음기호는 분명 [lət]였는데요. ə를 왜 ‘어’라고 하지 않고 ‘이’라고 했을까요?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렇게 답을 주고 있습니다.
관례적인 쓰임과 가장 가까운 방식을 채택했다고 답변을 주셨네요.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지만 바르게 표기하려니 손이 덜덜덜... 어렵습니다. ‘초콜릿’은 진짜... 원칙부터 세칙까지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아서 그야말로 달콤 쌉싸름한, 오싹하기까지 한 공부였습니다. 99% 다크 초콜릿에 버금가는 맛이었습니다.
그래서요, '초콜릿'은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외워야겠습니다. 그리고 속 편히 사는 걸로요. ^-------^

(모두들 러블리하고 설렘 가득한 밸런타인 데이 보내세요. ♡)
#작가선생 #한국어네이티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외래어표기
'국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4절기] 첫 주자 입춘(立春)...들입(入)자 아닌 설입(立)자 쓰는 이유? (0) | 2023.02.04 |
---|---|
[절기] 24절기는 사이언스! 소설에 첫 눈이 내릴까요? (1) | 2022.11.22 |
[국어] MZ 신조어 & AZ 아재 줄임말 (1) | 2022.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