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어

[국어] '발렌'타인 데이라고 말하는데 '밸런'타인 데이라고 쓰는 이유?

by 작가선생 2023. 2. 13.

 

 

자! 외래어 표기법 퀴즈 하나 드립니다!

 

▶ 외래어 : 외국어에서 빌려다 우리말의 일부로 쓰는 말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일까요? ‘밸런’타인 데이일까요? 어느 쪽이 바른 표기일까요?

 

 

자주 틀리는 표기

다들 ‘발렌’타인 데이라고 말하지 않나요? 그래서 오히려 정답이 아닐 것 같아요. 자주 틀리는 표기를 바로 잡아주려고 이런 문제를 내신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정답은 ‘밸런’타인 데이겠네요.

 

네, 정답입니다. 역시 눈치가 백 단이십니다. ‘밸런’타인 데이라고 표기해야 옳습니다. 왜냐면요~

 

 

발음기호 확인하기

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원어의 발음기호를 세밀하게 봅니다. 우리도 봅시다. Valentine의 발음기호는 이렇습니다.

 

(Daum 영어사전)

 

외래어 표기법 2장에서 표1을 보면, [æ]는 ‘애’로 적으라고 합니다. [ə]는 ‘어’로 적으라고 했습니다. (영어기준입니다. 독일어라면 ‘에’로, 프랑스어라면 ‘으’로 적습니다.)

 

(국립국어원)

 

그래서 Valentine [vǽləntàin]은 발렌타인이 아니라 밸런타인이 됐습니다. 원음에 최대한 가깝도록 공식 표기를 정한 겁니다.

 

 

오늘 표기법 지식을 하나 얻었지만 당장 ‘밸런타인 데이’라고 말하려니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일상 대화에서 버터향은 좀 부담스럽죠. 빠다 스타일로 내뱉어야 맘도 편하고 속도 시원한데요.

 

 

다만, 말은 그리해도 글로 적을 때는 그리하면 안 되는 ‘규칙’이란 게 있으니까요. 외래어는 옳은 표기법을 꼭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공무원 시험이나, 이벤트 당첨 퀴즈 등에서 또 만날지도 모른답니다.

 

 

보너스 퀴즈!

보너스 퀴즈 하나 더 가볼까요? 이번엔 조금 더 어렵습니다. 게다가 악랄하게도 주관식입니다.

 

밸런타인 데이의 짝꿍 검색어, 폭풍 검색어로 chocolate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chocolate은 우리말로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요? 초콜렛, 초코렛, 초콜릿, 쪼꼬레트, 쪼꼬렛??

 

초콜렛은 납작하고, 초콜릿은 날렵하고, 쪼꼬렛은 꾸덕꾸덕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표기는 단 하나입니다.

 

 

발음기호를 보면

앞서 배운 대로 발음기호를 보겠습니다.

 

(Daum 영어사전)

 

[ʧɔ́ːkələt, ʧάkələt]

흠... 초커럿? 차커럿? 어라, 이거 좀 이상한데...ㅠㅠ

 

 

정답은 '초콜릿'

정답은 ‘초콜릿’입니다. 적용되는 규칙이 좀 많기 때문에 무조건 외워야 합니다. 국어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규칙을 알고 적용해서 맞히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일단 외우고 여유가 된다면 아래 설명도 한 번 쓰~윽 보시지요.

 

'-콜릿' 아닌 '-콜릿'인 이유

[외래어 표기법 3.1.4 (3장 1절 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

cho는 ‘쪼’보다 ‘초’라고 적는 것이 원음에 가깝다고 봅니다.

 

'초-코릿 / 초-콜잇' 아닌 '초-콜릿'인 이유 / 영문 알파벳 L이 ㄹㄹ가 된 이유

[외래어 표기법 3.1.6 (3장 1절 6항) 유음]

어중의 [L]이 모음 앞에 오거나, 모음이 따르지 않는 비음 [M]/[N] 앞에 올 때 ‘ㄹㄹ’로 적는다.

그러니까, 발음기호로는 L이 하나지만 받침 ㄹ로 한 번 적고, 다음 글자 초성으로 ㄹ을 또 쓰는 매직이 발생했습니다. (ㅋ ㅗ ㄹ ㄹ ) 비슷한 예로 슬라이드, 필름이 있네요.

 

'초콜-맅' 아닌 '초콜-릿'인 이유

[외래어 표기법 3.1.1 (3장 1절 1항)]

7 종성법에 기반. 현대 한국어에서는 받침 발음으로 /ㄱ, ㄴ, ㄹ, ㅁ, ㅂ, ㅅ, ㅇ/ 만을 씁니다.

‘T’에 해당하는 가장 가까운 발음으로 ‘ㅅ’ 받침이 채택됐습니다.

(개정 이전에는 8 종성법을 썼답니다. ㄷ도 있었는데 ㅅ으로 합쳐졌습니다. 당시라면 초콜이라고 써볼 수도 있었을 듯합니다.)

 

'초콜-럿' 아닌 '초콜-릿'인 이유

발음기호는 분명 [lət]였는데요. ə를 왜 ‘어’라고 하지 않고 ‘이’라고 했을까요?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렇게 답을 주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답변 바로가기 클릭 

 

관례적인 쓰임과 가장 가까운 방식을 채택했다고 답변을 주셨네요.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지만 바르게 표기하려니 손이 덜덜덜... 어렵습니다. ‘초콜릿’은 진짜... 원칙부터 세칙까지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아서 그야말로 달콤 쌉싸름한, 오싹하기까지 한 공부였습니다. 99% 다크 초콜릿에 버금가는 맛이었습니다.

 

그래서요, '초콜릿'은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외워야겠습니다. 그리고 속 편히 사는 걸로요. ^-------^

 

(모두들 러블리하고 설렘 가득한 밸런타인 데이 보내세요. ♡)

 

#작가선생 #한국어네이티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외래어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