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리남 vs. 수리남
수리남이, 수리남과 불편한 대면을 하게 생겼습니다.
한쪽은 넷플릭스 K-드라마 ‘수리남’이고, 다른 한쪽은 남미 국가인 ‘수리남’ 정부입니다.
수리남의 '알베르트 람딘' 외교·국제사업·국제협력부(BIBIS) 장관은, 드라마 ‘수리남’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자국을 ‘마약 소굴’처럼 묘사했다고 지적하면서, ‘수리남=마약 국가’라는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2. 드라마 어떻길래?
드라마 ‘수리남’의 영어 제목은 ‘나르코 세인츠(Narco-Saints)’입니다. 영어 단어에 narco- 접두어가 붙으면 마약과 관련 있는 단어가 됩니다. 스페인어 원뜻이 ‘마약밀매’입니다. saint는 성직자니까, 마약을 거래하는 성직자, 쯤으로 해석이 되겠네요.
저는 아직 드라마를 못 봤습니다. 대략 검색만 해봤는데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남미국가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조직을 운영했던, 일명 ‘마약왕’으로 군림한 조봉행 씨의 행적이 모티브가 됐다고 합니다. 조직의 대부가 목사로 위장(?)한 채 활동했다니 narco와 saint의 뉘앙스를 알 것 같습니다.
드라마 ‘수리남’은 윤종빈 감독의 넷플릭스 데뷔작입니다. 360억 원을 들여 6부작으로 만들었습니다.
수리남을 장악한 한국인 마약 대부, 그 때문에 누명을 쓰게 된 민간 사업자, 마약왕을 검거하려는 우리 국정원, 민간인 사업자가 비밀임무를 띠고 작전에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까지. 황정민, 하정우부터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과 장첸까지 화려한 라인업이 완성되면서 크랭크인 단계부터 화제였습니다.
윤종빈 감독의 전작 영화들 <공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등을 떠올려 보면, 드라마 ‘수리남’의 스타일과 서사의 결도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국가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정부가 마약조직과 결탁해서 범죄를 비호하는 이야기를, 마음 편히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3. “수리남은 마약 국가 아니다”
수리남 외교장관은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선이 있다”고 했습니다. 수리남이 마약을 유통하는 국가로 오명이 있었지만,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그런데 이번 드라마가 다시 부정적 인식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전 세계가 보고 있으니 좋지 않은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수리남 정부, 마약국 이미지 우려…"넷플 '수리남' 법적 조치 검토" (노컷뉴스)
람딘 장관은 “수리남은 더 이상 마약 국가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자국을 마약 밀매의 왕국으로 그린 데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법적 책임을 물을 대상은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입니다. 주한미국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에도 공식 항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4. 예상치 못한 난관? 순항 중 태클?
어떤 기사에서 드라마 ‘수리남’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고 했습니다. 수리남은 현재 넷플릭스 3위입니다. (OTT 콘텐츠 순위를 매기는 ‘플릭스패트롤’ 집계, 14일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한 난관일까요?
저는, 우리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이 좀 안타깝긴 하지만, 수리남 외교장관이 자신의 할 일을 제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지명이나 국가를 타이틀로 내건 작품이 부정적, 혐오스런 이야기로만 가득할 때, 그 지역과 국가의 대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영화 ‘곡성’ 때, ‘곤지암’ 때는 어떻게 했던가요?
(‘수리남’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과거’ 이야기라는 점에서 책임을 피해갈 길을 하나 열어두긴 했습니다;;)
5. 투트랙 전략
수리남 외교장관께서도 항의하고 싸우는 데만 매몰되지 말고 투트랙의 넓고 긴 시야를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드라마가 이슈몰이를 할 때 ‘진짜 수리남’을 알릴 수 있는 자료를 열심히 만들어서 뿌리면, 오히려 국가를 홍보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여파로 곤혹스러울 한인사회도 잘 돌봐주시고, 몹시 분노하고 있을 수리남 국민들 민심도 잘 다독여주셔서 오히려 민간교류를 다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참에 ‘수리남’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찐'으로 하고 있습니다
#작가선생 #월드뉴스why #수리남외교장관 #마약국가아냐 #법적조치 #나르코세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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